2025년 4월

PEOPLE ❶

“특화한 체험이 극장의 미래다”

CJ 4DPLEX 오윤동 스튜디오 담당

글 _ 곽명동(마이데일리 기자)
사진 _ 서범세(한국경제매거진 기자)

2025-03-04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3D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2009년이었다. CJ 4DPLEX 오윤동 스튜디오 담당은 당시 모 프로덕션에서 음악방송의 조연출로 일했다. 안경을 쓰고 콘텐츠를 감상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해 공연, 스포츠 등을 3D로 찍고 싶었다. 2010년 회사를 차려 프랑스로 건너가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을 3D로 촬영했다. 입소문이 나더니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도 3D로 찍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3D 콘텐츠가 주목받던 시기였던 2013년, CGV가 3면 스크린X를 준비 중이라고 찾아왔다. 그는 공연 시장에서 유명한 <오딧세오>를 미국에서 촬영해 스크린X로 상영했다. 이때부터 스크린X에 재미를 느꼈다. 2015년 CGV에 정식으로 입사하며 ‘어떻게 하면 극장에서 더 큰 몰입감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연구했다.

10년 만의 성과, 4면 스크린X 그가 입사한 지 10년 만인 올해, 서울 용산아이파크몰에 200석 규모의 4면 용산 스크린X관이 첫선을 보였다. 정면과 양옆에 스크린이 설치된 기존의 스크린X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천장까지 스크린을 확장한 게 특징이다. 국내 스크린X관으로는 처음으로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적용했다. 4면 스크린을 보다 넓은 각도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전 좌석에 리클라이너도 설치했다. 올 하반기에는 해상도가 더 업그레이드된 프로젝터를 도입할 예정이다.

“막연하게나마 천장까지 연장하면 어떨까 고민했어요. 실무진들은 브레인스토밍을 계속 해 오고 있었죠. 2020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에서 4면 모델을 선보였어요. 기술적 로드맵은 나와 있었고, 이제야 실현된 거죠. 천장은 한마디로 ‘화룡점정’이에요.” 관객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꽉 찬 화면으로 몰입도가 더 높고 사운드의 퀄리티도 뛰어나다는 평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일반 상영관 대비 약 10%포인트 높은 수준의 객석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CJ 4DPLEX 오윤동 스튜디오 담당은 “일반적으로 3면의 몰입도는 2배, 4면의 몰입도는 3배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올해부터 대다수의 공연 콘텐츠는 4면 스크린X를 염두에 두고 현장에 나가 직접 촬영, 연출, 편집할 계획이다.

스크린X 측은 올해 1월 첫 콘텐츠인 공연 실황 영화 <아이유 콘서트 : 더 위닝>을 시작으로 <레드벨벳 해피니스 다이어리 : 마이 디어, 레베럽 인 시네마>, 스낵 무비 <뜻밖의 순간 : 언익스펙티드 저니>를 상영했다. 이어 <퇴마록>, 디지털 미디어아트 공연 <플로우>, 할리우드 액션블록버스터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심비 시대와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영화 시장은 위축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글로벌 스크린X관의 실적은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북미 시장의 스크린X 박스오피스는 <데드풀과 울버린>, <에일리언: 로물루스> 등의 개봉작이 호실적을 보인 결과 전년 대비 51% 성장했다. 일본 시장은 전년 대비 11% 상승했다. 지난해 일본 도호 이케부쿠로에 오픈한 스크린X관은 돌비 결합관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 시장은 전년 대비 38%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스크린X관 글로벌 박스오피스 매출은 9400만 달러(약 1352억 원)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미래의 극장 플랫폼은 특화관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믿고 있어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으로 콘텐츠가 흔해졌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을 원하는 관객이 많아지고 있죠. 이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추구하는 시대가 왔어요. 가격이 아니라 경험을 따지는 거죠. 요즘 관객은 극장에 오는 행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요. ‘내가 이 콘텐츠를 다르게 즐기고 싶어’라는 욕구가 더 강해졌다고 봅니다. 북미 시장에서 이런 움직임은 더욱 활성화되고 있어요.” 스크린X로 제작한 콘텐츠는 2015년 6편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총 42편을 개봉해 10년 새 7배 성장했다. 상영관 수 또한 글로벌로 처음 진출한 2015년 59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46개국 423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540여 개, 내년에는 700여 개 수준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보헤미안 랩소디>, 선순환의 트리거 2018년 10월 상영을 시작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특화관 성장의 기폭제였다. 당시 국내 스크린X 25개관에서 1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퀸의 마지막 웸블리 콘서트는 실제 공연장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반드시 스크린X에서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오윤동 스튜디오 담당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공연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촬영하기 시작했다. “특화관이 어떤 식으로 성장해야 하는지 인사이트를 얻었던 영화였어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도 스크린X를 마이너한 플랫폼으로 바라보다가 <보헤미안 랩소디>를 계기로 좀 더 친화적인 태도를 보였어요. 브랜드 인지도 역시 급상승했죠. 선순환을 불러일으키는 트리거가 되었던 작품이에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후반 컴퓨터그래픽(CG) 작업에만 500억에서 1000억 원가량을 쏟아 붓는다. 스크린X 제작진은 불과 8주 안에 제작한다. ‘당신들이 만든 영상 재료를 모두 제공해 달라. 우리가 사이드윙에 들어갈 영상물을 CG로 구현하겠다’는 콘셉트로 진행하고 있다. 특화관을 위해 영상 재료를 달라고 했을 때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처음엔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우리가 거액을 들여 만든 콘텐츠를 왜 너희들한테 제공하느냐”는 이유를 들었다. 특히 마블은 보안 이슈에 민감했다. 캐릭터 하나하나의 상징성이 워낙 커서 자칫 유출이라도 되면 천문학적인 손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굳건한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짧은 시간 안에 스크린X 제작과 구현이 가능해졌다.

스크린 X는 꽉 찬 화면과 입체적 사운드가 주는 몰입감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넓어지는 호응의 스펙트럼 할리우드와의 협업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영화는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 매버릭>(2022)과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하 데드 레코닝 PART ONE, 2023)이었다. “<탑건: 매버릭>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특별관 포맷에서 큰 성과를 내면서 파라마운트와 톰 크루즈가 <데드 레코닝 PART ONE>도 스크린X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덕분에 사전 협의 과정이 수월했죠.” 실제 톰 크루즈는 2023년 7월 내한해서 한 샷 한 샷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의견을 많이 줬다는 후문이다. 또한 일정에 없던 스케줄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스태프와 인사하고 싶다며 작업실을 방문해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눴다. 세계적인 배우 겸 제작자의 디테일한 조언은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았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스크린X 측은 시각특수효과(VFX) 제작을 내재화하는 등 제작 역량을 고도화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제작 인력을 현지 제작사에 파견해 VFX 파이프라인(Pipeline)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현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드림웍스, 일루미네이션 등 글로벌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본편 제작 공정에도 참여해 <쿵푸팬더4>(2024), <슈퍼배드4>(2024), <와일드로봇>(2024)을 스크린X로 개봉했다. 오윤동 스튜디오 담당의 계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은 감독, 제작자와 협업해 영화 기획 단계부터 본편 VFX까지 직접 참여해 특별관 포맷에 최적화된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4면 스크린X를 넘어 가상현실(VR) 콘텐츠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영화 외에도 게임, 프로야구 등 콘텐츠의 스펙트럼도 넓히고 있다. 2020년 10월엔 한국팀이 출전하는 ‘2020 롤드컵’ 8강 두 경기를 CGV용산아이파크몰을 비롯한 전국 38개 스크린X관에서 상영해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를 스크린X 상영관에서 생중계해 열띤 호응을 얻었다. “한국시리즈 1경기를 중계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특별한 프로모션도 하지 않았는데 스크린X는 매진을 기록했죠. 올해는 30경기를 중계할 예정입니다.”

재능을 펼칠 밭을 만드는 마음으로 오윤동 스튜디오 담당이 영상 콘텐츠를 처음 접한 것은 대안학교에 다니던 16살 때였다. 첫 단편으로 학교 폭력 이야기를 연출했다. 제목을 ‘꽃으로라도 때리지 마라’(원제는 프랑스 소설 ‘꽃으로도 아이들을 때리지 마라’)로 지었다. 이후 방송작가로 일했던 어머니와 인연이 있었던 김혜자 선생님이 책 제목으로 인용해도 되겠나고 제안했다. 그때 ‘아, 내가 영향력이 있는 일을 했구나’, ‘앞으로 좋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필름 아카데미에서 영화연출을 연수했다. 그러나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 우연히 음악방송에서 일하다가 3D에 매료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플레이어가 될 것인가, 매니저가 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 적이 있어요. 크리에이터의 욕망은 남아 있지만, 스크린X 관련 일은 사업적으로 매니저의 일을 해야 하죠. 결국 밭을 만드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했어요. 스스로 훌륭한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산업이 성장하고, 크리에이터가 들어와서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에 보람을 느껴요.” 그래도 감독의 꿈을 아주 포기한 건 아니다. 그동안 매니지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의 콘텐츠를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실의 이야기보다는 보이는 것에 더 집중했지만, 언젠가는 이러한 아쉬움을 털어 버리고 음악영화를 연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진짜 음악에 집중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언젠가는 <위플래쉬>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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