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SPECIAL ❶

AI, 당신이 잠든 사이에

영화 제작 단계마다 적용된 AI 기술

SPECIAL ❶

AI, 당신이 잠든 사이에

영화 제작 단계마다 적용된 AI 기술

글 _ 김철홍(영화평론가)

2025-04-01

영화는 그 탄생부터 기술 발전에서 비롯된 예술이었다. 카메라와 영사기라는 최신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영화는 존재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과연 누가 상상할 수나 있었을까. 영화가 아무리 기계 없이 불가능한 예술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오직 기계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아직 그 날이 오지는 않았다. 인공지능(AI)이 오직 AI의 힘으로 그럴듯한, 아니 우리가 진심으로 영화라고 믿을 수 있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때까지는 여전히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도 없다. 영화를 이루는 모든 요소를 동시에 생성해내는 ‘완전한 AI 영화’는 먼 미래의 것일 수도 있으나, 우리가 잠든 사이 AI는 그 동안 영화인들이 세분화해 놓은 모든 영화 제작 단계들의 틈새에 침입해 이미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영화 제작의 모든 분야에서 차곡차곡 데이터를 쌓으며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소 강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AI가 영화라는 노동집약적 예술 활동을 하는 인간을 돕고 있는 형상이 꼭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역사에 존재하는 모든 기술 혁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AI 역시 영화 제작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인간들의 불필요한 노동을 제거시킴으로써 인간의 노동 가치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예술가들은 최신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그 동안 영화가 여러 가지 이유로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을 탄생시키고 있기도 하다.

그 선두엔 물론 할리우드가 있다. 내홍이 없던 것은 아니다. 2023년, 미국작가조합(WGA)과 영화배우조합-미국 텔레비전·라디오 방송인 연맹(SAG-AFTRA)은 자세한 요구 사항은 달랐으나 공통적으론 AI 툴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을 뿐만 아니라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몇 개월간 파업을 진행했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보자면 작가들은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모델이 자신들을 대신해 각본을 쓰는 것을 막기 위해, 배우들은 대형 스튜디오들이 단역 및 엑스트라 배우들을 스캔한 뒤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 두 거대 조합이 동시에 파업을 했다는 사실이 사태를 보다 심각하게 느껴지게 만들기는 하지만, 이제 와서 결과적으로만 보면 과연 큰 의미가 있었는지 따져볼 여지도 남아 있다. 결국 영화 제작에 AI가 활용되는 거대 흐름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장기 파업으로 인해 다수의 프로젝트들이 딜레이된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높은 생산 효율을 자랑하는 AI 활용을 더욱 부추겼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두 파업이 확실한 성과를 낸 것이 있다면, 이를 계기로 할리우드에서 AI 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조항들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파업의 결과로 맺어진 두 조합과 미국영화·TV제작자연맹(AMPTP) 간의 새로운 협약을 시작으로, 할리우드는 분주히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며 AI가 지닌 윤리적인 문제들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AI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산업인 영화의 제작비를 확실하게 절감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한 만큼, 할리우드가 종국엔 그런 방향을 택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제 남은 문제는 그 속도를 조절할지 말지를 정하는 것뿐일 것이다.

이렇듯 새로운 기술이 도래하는 것이 불가항력이라면, 결국 그 기술을 잘 알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그 선택이 미래의 우리가 ‘익스펜더블’(<미키 17>의 주인공 미키가 선택한 극한직업의 명칭)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줄 것이다. 하여 이 글에선 AI가 어떤 방식으로 인간을 도와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 이를 영화를 제작하는 모든 과정(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들로 나누어 설명해볼 예정이다. 되도록이면 널리 알려진 영화들의 예시를 들며 읽는 분들의 이해를 돕고 싶지만,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은 아니기에 충분치 않을 수 있음을 미리 알린다.

프리 프로덕션– 캐릭터 개발과 시나리오 작성 AI가 영화 제작 과정 속으로 침투하는 그 첫 번째 단계는 시나리오 작성이다. 기존의 영화 대본들을 학습한 AI는 시나리오의 초안을 생성해낼 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을 분석해 제작자들로 하여금 이를 수정하거나 최적화하는 것을 적극 돕기도 한다. 특히 소위 말하는 ‘기본 공식’이 일정 부분 존재하는 드라마나 장르 영화의 경우, 기승전결의 틀에 맞춰 로맨스, 스릴러, 범죄 등의 키워드만 입력한다면 어느 정도 그럴듯한 형식을 갖춘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기 쉬운 구조다.

오픈AI의 GPT 모델이 생성형 AI로는 가장 널리 알려진 툴이다. 얼마 전 GPT가 최초로 각본가 크레디트에 오른 영화가 있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24년 공개된 스위스 감독 피터 루이지의 <더 라스트 스크린라이터>다. ‘챗GPT 4.0’이라는 이름이 각본가 크레디트에 당당히 올라 있다. 발칙하게도 영화는 시나리오를 쓰는 AI에 관한 이야기다. 말하자면 AI가 자신(AI)에 대해 썼다는 것이다. 현재 유튜브에서도 관람이 가능한 이 영화는 루이지 감독이 실제로 챗GPT에 입력했던 명령어와 함께 시작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각본가가 자신이 인공지능보다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내용을 담은 영화의 줄거리를 작성해줘(Write a plot for a film where a screenwriter realizes he is less good than artificial intelligence).” 그리고 감독은 그 플롯에 기반해 캐릭터를 생성한 뒤, 다시 그 캐릭터를 포함시킨 명령어를 입력하며 영화의 모든 신을 추출해냈다. 그렇게 AI가 모든 각본을 작성해 완성된 <더 라스트 스크린라이터>는 비록 그 완성도는 현저히 아쉬울 수 있지만(<더 타임스> 필진인 케빈 마허는 이 영화에 별점 5점 만점에 2점을 주었다), 이 작업이 충분히 가능한 것임을, 그리고 이제 더 나아질 일만 남았음을 암시하는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대본을 실제로 작성하는 것 외에도 AI 툴은 다양한 방식으로 각본가들을 돕고 있다. 또 하나의 예시는 AI가 흥행 성적 데이터를 분석해 줄거리나 캐릭터 개발 등에 대한 조언을 전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세기 폭스는 구글과 멀린(Merlin)이라는 툴을 개발해 <로건>(2019)의 흥행에 관한 분석을 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멀린에게 <로건>의 예고편을 분석하게 한다. 멀린은 ‘나무’, ‘수염’, ‘자동차’ 등과 같은 특정 물체를 라벨링해 그것들이 영상에 등장하는 빈도수를 정리한다. 엔지니어들은 그 결과를 다른 영화들의 예고편과 비교하며, <로건>을 본 사람들이 어떤 다른 영화에 관심을 가질지를 최종적으로 예측한다. 구글이 공개한 블로그*에 따르면 아직 그 결과가 불완전한 상태이긴 하지만, 분명한 건 AI가 어떤 부분을 ‘실수’하고 있는지에 관한 데이터 또한 쌓이고 있다는 것이며, 근본적으론 할리우드가 이러한 방법을 통해 흥행을 예측하는 걸 점점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콘텐츠 스튜디오를 만든 기업 사이버필름(CyberFilm)은 대량 자본이 없는 스튜디오 또한 다양한 영화와 TV 시리즈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모토로 AI 툴 사가(Saga)를 개발했다. 사가는 간단한 명령어 입력을 통해 기본적인 초안을 생성해줄 뿐만 아니라, 창작 과정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작품의 타깃 관객을 고려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한다. 사가는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스토리보딩(Storyboarding) 기능도 추가했다. 이야기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스토리보드 이미지를 생성해주어, 작가와 프로듀서에게 실제 촬영된 장면을 상상하게 돕는다. 워너 브라더스와 소니 픽처스는 AI 기업 시네리틱(Cinelytic)과의 계약 이후 캐스팅과 재무 관리를 비롯해 배급 시기에 따른 예측까지도 도움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디즈니는 산하 연구조직인 디즈니 리서치를 통해 관객 얼굴을 모니터링해 영화에 대한 반응을 파악하고 있기도 하다.

구글과 멀린(Merlin)이라는 툴을 개발해
<로건>의 흥행에 관해 분석했던 20세기 폭스




프로덕션– 움직임 실시간 트래킹과 가상 세트 실제 촬영 단계에서 AI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촬영 방식으론 불가능하거나, 또는 가능하긴 하지만 상당한 노력 또는 자원을 필요로 하는 화면을 담아내는 것을 돕기 위해 사용된다.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물의 길>(2022)의 경우, AI를 통해 배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트래킹한 결과를 바탕으로 최적의 구도와 초점 거리 등을 찾을 수 있었다. 이는 그 자체로 촬영 시간과 비싼 장비의 양 자체를 줄일 수 있어 상당한 제작비 절감에 기여하는데, 거기에 더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들을 미연에 방지해, 후보정 단계에서 소모하게 될 인력과 자원의 낭비를 예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는다.

AI는 그저 장비 관련 제작비만 절감해주는 것이 아니다. 디즈니 플러스의 인기 시리즈 <만달로리안>의 촬영 현장에 사용된 것으로 유명한 ILM(Industrial Light & Magic) 사의 스테이지크래프트(StageCraft)는 특수 개발한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배경에 깔린 가상 세트다. 세트는 거대한 ‘LED 비디오 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촬영 중 카메라의 위치 변경에 따라 배경이 실시간으로 재조정된다고 한다. 원근감과 조명값 등을 파악해 배우와 배경을 매끈하게 어우러지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 세트의 기술 파트너 중엔 엔비디아(NVIDIA)가 포함되어 있는데, 엔비디아의 딥서치(DeepSearch)는 배경 화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그린 스크린을 대신한 이 촬영 방식은, 배경 작업을 위해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서의 작업이 불필요해 제작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또 중요한 것은 배우들 입장에서도 초록 화면만을 보고 연기하는 것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촬영하는 듯한 기분으로 몰입할 수 있기에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로케이션 촬영을 줄일 수 있으며, 팬데믹 같은 특수 상황에서도 보다 변수 없는 제작이 가능한 것이 부수적 효과이기도 하다.

<오비완 케노비>(2022)를 촬영한 이완 맥그리거는 씨네21과 인터뷰에서 스테이지크래프트를 두고 ‘신의 한 수’라고 말한 바 있으며, 히어로 영화 <더 배트맨>(2022), <토르: 러브 앤 썬더>(2022)도 이 세트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이 세트에서 촬영된 장면이 있는 의외의 영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파벨만스>(2023)**가 있다. 주인공의 엄마 역을 맡은 미셸 윌리엄스가 자녀들과 함께 토네이도를 향해 운전하는 짧은 장면이다. 대규모 재난영화 촬영 현장이었다면 몰랐겠지만, 영화에 짧게 지나가는 장면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할 수 없었던 스필버그가 대안으로 스테이지크래프트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렇게 ILM의 시각효과 담당 감독인 파블로 헬만에 의해 <파벨만스>의 토네이도 신이 스크린 위에 구현되게 된다. 그 이후 파블로 헬만은 <플라워 킬링 문>(2023)과 <위키드>(2024)의 현장에도 참여했으며, 올해 말 개봉 예정인 <위키드: 포 굿>(2025)의 크레디트에도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스테이지크래프트 세트에서 촬영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파벨만스>



포스트 프로덕션– 디에이징과 음성 합성 AI 툴이 그 어떤 단계보다 가장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 곳은 분명 후반 작업 단계일 것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원하는 만큼의 완성도를 채우지 못한 영화가 있다면, 이 단계가 그 아쉬움을 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이 영역은 오랜 경력을 지닌 전문가들의 엄청난 테크닉과 노하우, 그리고 시간을 갈아 넣는 노력을 통해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곳에도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가장 친숙한 예를 들자면 <아바타>나 <어벤져스> 시리즈 같은 비인간 생명체가 등장하는 영화에 AI가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과거엔 그 움직임들을 한 땀 한 땀 수작업 방식으로 미세 조정했다면, AI가 도입된 이후론 딥러닝에 기반한 모션 캡처 기술이 활용되어 작업자들의 고생이 덜어지고 있다. 이제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씩 작업하는 대신,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확인한 뒤 그중 일부분만 수정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시각효과 기술은 바로 디에이징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대작 <아이리시맨>(2019)은 그 러닝 타임 길이와 작품성이 불러 모은 화제 못지않게 디에이징 기술이 활용된 것으로 주목받았던 영화다. 배우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의 얼굴이 젊게 구현되었는데, AI가 실제 배우의 과거 데이터를 학습한 뒤 자동으로 생성해낸 결과물이라고 한다. 1980년대를 풍미한 시리즈 <인디아나 존스>의 배우 해리슨 포드의 젊은 얼굴 역시 같은 기술을 통해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2023)에서 스크린에 재구현되었고, 올해 개봉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히어>에서는 배우 톰 행크스와 로빈 라이트의 젊은 시절이 표현되었다. 디에이징 기술은 아직까진 완벽하지 않고,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여론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우리가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무언가를 눈앞에 구현해낸다는 점에서 기대를 놓기 어려운 분야임이 틀림없다.

또한 AI는 배우의 음성이나 영화 음향을 합성하거나 보정하는 분야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관련한 논란이 최근까지 가장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복수 부문 후보에 오른 <브루탈리스트>(2025)와 <에밀리아 페레즈>(2025)에 리스피처(Respeecher)라는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가 사용된 것 때문이었다. 특히 두 영화 모두 배우 연기 부문 후보에도 올랐기에 논란이 더욱 거셌다. <브루탈리스트>(2025)엔 주연 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와 펠리시티 존스의 헝가리어 대사 중 모음 부분에 수정이 가해졌으며, <에밀리아 페레즈>(2025)에서는 주연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의 음역대가 확장되었다고 한다. 가스콘의 경우 배우의 성전환 수술에 따른 음역대 변화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관계자가 밝힌 바 있다. 물론 두 예시 모두 정말로 그 지점이 영화의 치명적 약점이라고 말하긴 애매하나, 같은 영화라면 아무런 비인간적인 터치가 들어가지 않은 영화에 조금 더 마음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AI 기술로 만들어진 <원더랜드>



지금까지 주로 할리우드의 사례들을 언급하긴 했으나, 이러한 흐름은 국내 영화계에서도 조금씩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에도 AI 음성 복제 기술이 사용되었다. 감독은 배우 공유의 동의하에 특정 부분에 AI로 생성한 음성을 삽입했는데, 그 장면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감독이 정답을 밝히지 않는 이상, 아마 영원히 비밀인 채로 남을 확률이 높다. 참고로 <원더랜드>엔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장면이 있는데, 이는 촬영 후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배우 이얼의 젊은 시절 모습이라고 한다.

AI가 만들어낸 시각효과 기술을 이용한 <대가족>



AI가 만들어낸 시각효과 기술은 양우석 감독의 <대가족>(2024)에도 사용되었다. 노역 분장을 해야 하는 배우 이승기의 얼굴에 AI 기술을 적용해 덜 어색해 보이게 만들었으며, 배우 이순재의 출연 분량 또한 AI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프로덕션 단락에서 주요하게 다뤘던 스테이지크래프트와 같은 가상 프로덕션 세트 또한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CJ ENM의 스튜디오센터, VP 스테이지(Virtual Production Stage)다. 마찬가지로 대형 LED 스크린이 벽면과 천장을 뒤덮은 형태로, 스테이지크래프트에 버금가는 규모와 성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선 이미 <환혼> <작은 아씨들> <운수 오진 날> 등 다양한 드라마들이 촬영된 바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들이 이 기술로부터 다양한 방식의 수혜를 받게 될 것이다.

CJ ENM의 스튜디오센터, VP 스테이지(Virtual Production Stage)





이 글에 최대한 많은 사례들을 적어보려 했으나, 미처 언급하지 못한 너무나 많은 사례들이 아직 남아 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장담컨대, 지금까지 현장에 활용된 수많은 AI 툴들보다 앞으로 새로 개발될 기술들이 훨씬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AI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고, 그래서 더욱 영화의 미래가 궁금하다. 그 미래가 궁금해서라도 AI의 발전을 기대한다. 지금까지 영화가 숱한 기술 발전과 위기 속에서도 고유의 영화다움을 지켜 왔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말이다.

출처:
*https://cloud.google.com/blog/products/ai-machine-learning/how-20th-century-fox-uses-ml-to-predict-a-movie-audience?hl=en)
**https://beforesandafters.com/2023/05/09/why-steven-spielberg-decided-to-use-led-walls-for-the-first-time-on-the-fabelm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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